골프장에서 '구찌 겐세이' 퇴치법
골프칠때마다 짜증나고 신경쓰이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결정적인 순간에 말로 상대방의 플레이를 방해하는 일명 '구찌 겐세이'다. 때론 라운딩의 활력소가 되는 입담이 임자 한번 잘 못만나는 순간 그날 라운딩은 접어야 한다.
일본어로 입이란 뜻의 구찌(くち)와 견제하다는 뜻의 겐세이(けんせい)가 만나 우리에게는 '말로 상대방을 훼방놓아 일을 그르치게 한다'는 속어로 쓰이는데 일어식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우리네 당구장에서 옮아온 말이다. 우리말로 순화하면 '입심 훼방'이나 '입담꾼' 정도가 되겠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복남씨는 동료들 사이에서 유명한 '구찌 겐세이'(입심 훼방)의 대가로 통한다. 김씨의 입심이 얼마나 센지 한번 살펴보자.
평소 말이 없는 편인 김씨는 일단 골프장에만 가면 입에 모터를 달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말이 많아진다. 그냥 말이 많은 것이 아니고 남이 칠때만 말이 많아진다.
어렵게 드라이버를 잘 친 사람이 두번째 샷을 할때 '공이 잔디에 깊이 파묻혀 있으니 밑둥을 더 후벼쳐라', '아까 보니까 머리 고정이 안된다', '여기서 오비(OB)나면 억울하겠다'는 둥 이런 소리를 들은 골퍼는 심리적 위축감에 공을 제대로 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데 있다. 김씨의 말만 들어도 신경이 예민해져 공을 칠때마다 실수가 잇따라 터진다. 처음에는 재미로 들은 입담이 시간이 지날수록 온 몸과 머릿속에 자극을 줘 힘이 들어가거나 집중을 하지 못해 공이 제대로 맞지 않는다. 이정도면 활력소가 아니라 훼방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보자. 김씨와 함께 라운딩을 하던 동료 박영수씨는 아주 어려운 포대그린 뒤에 붙어 있는 벙커에서 프로선수들에게서나 볼수 있을 법한 멋진 벙커샷으로 한번에 탈출에 성공했다. 여러 동료의 박수와 찬사가 이어지는 순간 김씨의 '구찌'가 여지없이 튀어나왔다.
"그거 손으로 집어 던진 것 아냐?!"
화를 낼 수도 없고, 아마추어 세계에서 그정도 입심은 활력소로 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간 이후 박씨의 샷이 무너진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것 뿐이 아니다. 아주 멋지게 그린 주변까지 잘 온 다른 동료가 이제 칩샷으로 한번에 핀쪽으로 붙이려는 찰나 김씨의 말이 툭 튀어나왔다.
"잘 쳐~"
잘 치라는 말에 오히려 샷을 막 하려던 이 동료의 공은 밖으로 튀어나가 버렸다.
김씨의 입심은 그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온 정신을 다해 퍼팅에 신경을 쓰는 동료 골퍼에게 조용히 한마디 한다.
"지나가게 쳐야돼~"
여지없이 퍼팅에 실패하고 김씨의 페이스에 말려 들게된다. 그런데 더욱 약오르는 것은 상대방이 똑같이 입심으로 견제를 해도 김씨에게는 안 통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런 골퍼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골프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사람들은 평소 조용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자주 떠들던 사람이 '구찌'를 하면 별로 영향력이 없는데 조용하던 사람이 갑자기 이러면 신경이 쓰여 샷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의 '라운딩 구찌' 대처법은 간단하다.
한마디로 벌칙규정을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다. 시작 전에 말로써 견제를 하면 무조건 동료들에게 한타씩을 부여하도록 4명이서 규칙을 정하는 것이다. 아니면 '구찌'라고 동료가 판단했을때 무조건 타당 만원씩 또는 오천원씩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판단은 동료들이 하기에 본인이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어쩔수 없다. 돈에는 당할 장사 없기에 몇번 하다보면 입이 근질거려도 말을 할수가 없게된다.
'구찌의 달인'이었던 김씨의 라운딩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입심으로 상대방을 괴롭혀(?) 즐기곤 했는데 이젠 벌금이나 벌타를 물어야 되니 재미가 없는 모양이다.
골프장의 '구찌 대가'들이여! 이제 입은 닫으시고 실력으로 한판 하는 것이 어떠실런지?
노컷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