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밸리CC 골프장에 故 김수환 추기경 표지석 선다
왜관농협 이수헌 조합장이 천주교 관련 유물이 발굴된 세븐밸리CC 클럽하우스 앞에 세워질 표지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칠곡군 왜관읍 봉계리(장자골)에 있는 세븐밸리CC 클럽하우스 앞에 고 김수환 추기경을 기리고 천주교 성지임을 알리는 표지석이 세워진다.
그동안 이 같은 표지석 건립에 뜻을 모아온 칠곡군 내 천주교 왜관 석전 가실 약목 신동 성당, 광주 이씨 종친회, 칠곡군, 왜관농협 등이 이달 중 제막식을 가질 예정이다.
봉계리 장자골 일대가 골프장으로 조성되는 과정에서 청동 십자가 등 천주교와 관련된 유물이 발굴됐다. 또 고 김수환 추기경의 부친을 비롯한 일가가 조정의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옮겨와 살았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표지석에는 김 추기경의 선친인 김영석 요셉이 1894년 동학란이 끝날 무렵 이곳 장자골에 피란을 와 신자들과 함께 옹기를 구우며 살았고, 당시 김 추기경이 장자골 뒷산인 아홉사리 고개를 넘나들며 보낸 어린 시절의 모습이 그대로 기술된다.
특히 지난 2008년 3월 광주 이씨 세거지와 인접한 봉계리 장자골 일대 골프장 조성부지에서 가마터와 유구 등이 온전히 드러났고, 뚜껑식 토광묘 내에서는 천주교 박해 당시 숨어 살던 천주교인들의 유물로 추정되는 청동 십자가가 발굴되면서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발굴 당시 가마터와 유구 등은 조선시대의 생활`문화상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고, 특히 을해박해(1815년) 이후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들어와 옹기와 그릇 등을 구워 팔며 살았다는 사실이 학계로부터 고증되기도 했다.
현재 봉계리 일대 주민들은 “30~40년 전까지만 해도 장자골에는 각종 옹기조각과 사금파리가 지천이었고, 천주교 공소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어릴 적 어른들로부터 박해를 피해온 천주교 신자들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회상하고 있다.
칠곡군 지역에는 현재 천주교 성지가 곳곳에 자리 잡아 당시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팔공산 자락인 동명면 득명리 한티순교성지도 봉계마을처럼 천주교 신자들이 탄압을 피해 화전을 일구고 옹기와 숯을 구우며 모여 살던 곳으로 을해박해 이후 순교한 37기의 순교자 묘가 있다.
이 밖에 지천면 연화리 신나무골 성지와 지난 1952년 한국으로 파견나온 독일인 수도자가 세운 성베네딕토 왜관수도원, 1895년 조선 교구의 11번째 본당으로 설립돼 경북도 유형문화재 348호로 지정된 왜관읍 낙산리 가실성당 등도 봉계마을과 연계된 가톨릭 성지로 손꼽히고 있다.
광주 이씨 후손으로 이번 표지석 건립에 큰 힘을 보탠 이수헌(64) 왜관농협 조합장은 “장자골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선대 조상들의 유적은 물론 천주교인들의 유서 깊은 역사까지 그대로 파묻히게 됐다”면서 “그나마 골프장 한 귀퉁이에서라도 이렇게 흔적을 알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븐밸리 골프장 관계자는 “골프장으로서도 의미 있는 스토리텔링이 고객들에게 제공된다는 측면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라며 “김 추기경의 비석이 골프장에 세워질 경우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김성우기자 sw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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